
서울시는 여성을 지운다
– 위기 십 대 여성의 마지막 쉼터가 사라진다
2025년 5월, 서울시는 서교동에 위치한 ‘여자청소년건강센터’의 운영 종료를 통보했다. 이 센터는 2013년부터 10년 넘게 성착취, 위기임신, 성병, 정신질환 등 위험에 노출된 여성청소년을 위한 전국 유일의 특화 건강지원 기관이었다. 그곳을 찾은 10대 여성들은 가정과 사회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한 채, 겨우겨우 도착한 곳에서 비로소 울 수 있었고, 회복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기능 중복’과 ‘민간위탁 재조정’을 이유로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그것도 단 두 달 앞둔 일방 통보였다.
2025년 7월 4일부로 이 센터는 폐쇄될 예정이다.
936명의 여성청소년이 최근 3년간 이곳에서 진료, 상담, 위기지원을 받았지만 그들이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서울시는 오직 "다른 기관과 연계하겠다"고만 한다. 그런데 그 '다른 기관'은 그 어떤 구조도, 인력도, 안전장치도 준비되지 않았다.
여성청소년에게 갈 곳은 없다
위기 여성청소년은 단순한 '문제 청소년'이 아니다. 그들은 가정 폭력, 성착취, 강간, 빈곤, 자해, 임신, 정신병리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사회적 생존자들이다. 이들은 학교와 병원에서조차 문제 있는 아이로 취급받고, 낙인과 혐오 속에 점점 음지로 밀려난다.
여자청소년건강센터는 그런 이들을 비난 없이 받아주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었다. 건강센터가 사라지면, 이들은 다시 가출팸, 조건만남, 미등록 불법 임신중절, 인터넷 음란 플랫폼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구조받지 못한다.
서울시는 그것을 알고도 선택했다.
이 선택은 정치적이다.
오세훈 시장의 철학: ‘복지는 낭비다’
오세훈 시장은 2011년에도 아동 무상급식에 반대해 서울시민의 복지를 볼모로 삼았다. 그는 “복지는 책임 없는 지원이며, 가정이 먼저 책임져야 한다”는 말을 반복해 왔다.
그리고 지금, 그 철학은 위기 여성청소년에게 “너희를 책임질 이유는 없다”는 방식으로 드러나고 있다. 여성청소년은 투표권이 없다. 사회의 ‘성과’에도 기여하지 못하는 집단이다. 그래서 ‘눈에 띄지 않게’ 잘린다.
행정 용어는 언제나 멀쩡하다. “효율성”, “기능통합”, “민간위탁 조정”.
하지만 실상은 ‘지원 중단’, ‘공적 책임 철회’, ‘사회적 배제’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건 단순한 운영 종료가 아니다. 사회적 살해(Social Murder)이다.
국가가 ‘너는 살아도 그만, 죽어도 어쩔 수 없다’고 선언하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여성청소년’을 버릴 수 없다
서울시는 운영 종료 결정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936명의 생존 경험은 숫자가 아니다. 그 숫자 뒤에는 말 못 할 폭력과, 수면제를 쥔 채 살아남은 밤들이 있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병원에서 쫓겨났던 그들에게 서울시마저 등을 돌리게 해선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건 폐쇄 결정의 철회, 절차적 투명성 확보, 이용자 보호 및 개인정보 관리, 종사자의 고용 승계, 공공복지로서의 시설 전환이다.
서울시는 ‘효율성’이 아닌 ‘책임’을 선택해야 한다. 복지는 시혜가 아니다. 위험에 놓인 사람을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다.
우리는 분노해야 한다
나는 서울시민도 아니고, 여성청소년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 결정을 들었을 때,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언제든 그들 중 하나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위험한 밤을 건너온 이들이, 겨우 도착한 쉼터를 또 잃는 것을 지켜볼 수는 없다.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efxIhzyzZDvkWryVSXzPZPylDJLx38wr8ZsmYvk9GzrriyoA/viewform
서울시 민간위탁시설 여자청소년건강센터 실무자일동 (서울시 서교동 소재) 사업종료 반대 성명
여러분의 서명은 위기 여성청소년과 돌봄 종사자의 권리를 지키는 소중한 목소리가 됩니다. * 기존에 배포된 서명 링크는 그대로 유지되며, 일부 내용이 법적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수정되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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